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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시각장애 대학생들 국정기획위원회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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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2회 작성일 25-08-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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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원회에 정책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는 시각장애 대학생 송영인(사진 좌측)·송혁(우측). ©서인환  


 

 

국정기획위원회에 정책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는 시각장애 대학생 송영인(사진 좌측)·송혁(우측). ©서인환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 시각장애 대학생 2명이 최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내 국정기획위원회를 방문해 교육부 사무관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시각장애인 청년 대학생은 송영인(명지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과 송혁(명지대 행정학과 4학년)이다.


이들이 전달한 정책제안서는 ‘시각장애 대학생의 고등교육 접근권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제안’이었다. 이제 대학 졸업을 앞둔 송혁은 지금 당장 자신들이 혜택을 받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의 후배들이 자신들이 절감한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며 가슴 뭉클해 했다. 시각장애 대학생들은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이사장 김경숙) 소속이다.


이재명 정부는 15대 정책과제 중 대한민국의 교육 발전을 위해 공교육 정상화 및 대학혁신을 체계적으로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각장애 학생의 학습권은 선택사항이 아닌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 기본적인 권리이다.


송영인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고등교육이 실현되기를 바란다’며 ‘제도개선 정책제안서가 긍정적으로 검토되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들이 정책제안을 하게 된 계기는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으로서 입시부터 학업, 진로 준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장벽과 차별을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체계는 겉보기에는 누구나 평등하게 학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시각장애 학생에게는 ‘장애 때문에 안 되는 것’이 아닌 ‘지원이 없어서 불가능한 것’이 너무나 많다.


특히 대학기관의 평가와 질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KCUE)의 대학기관평가인증제도는 대학의 질적 수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 학생에 대한 실질적 지원 여부를 평가하는 항목이 매우 부족하다. 이 중 평가준거 4-3항은 ‘소수집단 학생에 대한 지원’을 항목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여기에서의 소수집단은 탈북민, 다문화가정, 외국인 유학생에 한정되어 있으며, 장애학생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 항목을 묻는 평가자가 “장애학생은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니 별도 기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대학에 전달하는 사례도 있다.


과거에는 교육부가 실시하는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조사’가 평가 성격을 가지고 있어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현재는 실태조사 성격으로 전환되면서 대학의 책임성과 참여 의지가 크게 약화됐다. 이로 인해 많은 대학이 해당 조사를 형식적으로만 대응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 제14조는 고등교육기관이 장애학생의 학습을 위해 필요한 편의 제공을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이 법적 근거가 대학 현장에서는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법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거나 연계된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고등교육기관은 장애학생지원 전담부서(예: Disability Resource Center) 운영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평가 시스템에서도 장애학생 지원 수준을 정량·정성적으로 평가하여 대학 순위나 재정지원과도 직접 연결하고 있다. 장애학생 지원 평가점수가 대학의 예산지원 금액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장애학생 당사자의 학습권이 선언적 권리가 아닌 실질적 권리로 실현되도록 평가와 지원 시스템을 개편해야 할 시점이다.


시각장애 대학생 두 사람이 고백하는 경험들은 다음과 같다.


“입학 후 아무런 사전 통지 없이 강의 첫날까지 아무 지원 없이 기다려야 했다”, “교수는 제가 장애인인지 몰랐고, 시험시간 연장 요청에 “그건 네가 알아서 하라”는 말을 들었다.


“전공 선택조차 학교의 지원 여부에 따라 제한되었고, 수업자료를 음성이나 파일로 받지 못해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자주 바뀌는 직원들로 인해 매 학기마다 제 장애 상황을 다시 설명해야 했다.”


이 모든 문제가 단지 ‘평가 항목에 없기 때문에’ 대학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 때문이라고 이들은 생각한다. 제안하는 정책들은 다음과 같다.


■대학기관평가인증제도의 평가 항목 내 장애학생 지원 관련 내용 포함=먼저 “학생지원 및 시설” 영역 내 장애학생 지원 실효성 있는 평가지표 도입(예: 교수학습 지원, 편의시설, 정보접근성, 진로·심리상담, 도우미 지원 등)이다.


또한 장애유형별 당사자 의견 반영 의무화다. 대학별 장애학생지원센터 운영 시 매년 장애학생 욕구 조사 및 평가결과 피드백 제도화하는 것으로 시각장애 학생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설문, 인터뷰, 면담 평가 도입 등을 요구했다.


보조공학기기 및 물리적 접근성에 대한 세부 평가항목 신설, 장애유형별 고등교육 지원 방안에 대한 국가 수준의 표준 매뉴얼을 제정하고, 이에 따른 대학평가 연계 방안 마련 및 후속 연구 추진도 제안했다.


실효성 있는 법적·행정적 모니터링도 요구했다. 인증평가와 연계한 장애학생 지원 실태 정기 조사 및 공개, 교내 위원회에 장애학생 대표 또는 외부 전문가 필수 포함, 외부 모니터링단이 대학기관평가 현장방문 및 검증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달라는 것.


■교육부 실태조사와 인증제도 연계 방안 마련=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조사의 결과를 대학기관평가인증제도의 실적 평가에 반영하도록 제도화, 실태조사 우수 대학에는 인증 가점 및 재정지원 인센티브 제공, 실태조사 미이행 대학에는 인증 조건부 판정 또는 개선 권고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또한 교육부는 실태조사 결과가 미흡한 대학에 대해 입학정원 감축, 감사실 연계 평가, 대학평가 점수 감점 등 강력한 인센티브-페널티 구조를 운영해야 하며, 이를 통해 명확한 상과 벌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전문성 강화=센터 직원의 최소 근속기간 보장(최소 2~4년) 및 잦은 교체 금지,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전담 인력 배치 및 직무 교육 의무화, 센터 실무자 대상 정기 연수 및 우수사례 공유를 제안했다.


■고등교육기관 내 사전 식별 및 맞춤지원 시스템 도입=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장애정보 연계 제도화(학생 동의 기반), 수강신청 전 장애학생과 학과 교수 간 지원 계획 사전 협의, 교수 대상 장애 인식 교육 및 매뉴얼 의무화(온라인 콘텐츠 제공)를 요구했다.


■시각장애학생 맞춤 정책 및 진로지원 강화=건물 음성안내 시스템, 점자안내도, 키오스크 음성기능 탑재 의무화와 함께 시각장애학생 전공별 취업 멘토링 및 직업 탐색 프로그램 개발, 대필도우미 시급 현실화 및 국가 표준 매뉴얼 제정을 제안했다.


온 가족이 매달려 시각장애 대학생의 학습과 이동을 위해 전념해야 했다. 그렇게 한다고 시각장애 대학생들의 고등교육이 시각장애인들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사회로 나아가 직업생활을 하기에는 미래가 너무나 불안정하다.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능력을 인정받아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지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었다.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일부 교재의 녹음 정도의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동과 대학생활의 정보제공, 대학생으로서 누리는 문화와 청년으로서의 완전한 참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비전문적이고 비장애친화적이며 속이 비어 있는 장애학생 지원이 제대로 자리잡아 진정한 동등한 학습권이 보장될 때 장애인들의 능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제안한 정책이 반영되어 시각장애인 대학생의 고등교육 접근권이 강화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