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습득이 중요한 이유
페이지 정보
조회 9회 작성일 26-05-14 10:22
본문
자립적인 삶과 동등한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 사회가 돕고 개인의 의지도 필요
조현대(journey0)
시각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점자를 읽고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5년 국민의 점자 인식 및 점자 사용 환경 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중 85.6%가 점자를 읽고 쓸 수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사실은 이 같은 통념과 큰 괴리를 보인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에게 문자이자 언어이지만, 이를 습득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필자 역시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처음 점자를 접했을 때의 막막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2학년 교실에서 선배 책 속의 점자를 손으로 더듬어 보았지만, 종이에 오돌토돌하게 찍힌 촉감만 느껴질 뿐 아무 의미도 파악할 수 없었다. '이 어려운 것을 과연 배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입학 한 달 뒤 본격적으로 점자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자음과 모음을 익힌 뒤에도 손끝으로 글자를 읽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 학기 동안은 책을 읽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여름방학을 지나서야 비로소 문장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점자에 익숙해지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린 셈이다.
![]()
▲이미지 설명: 점자 문서 이미지 ⓒ mo_tographie on Unsplash▲
이처럼 점자 습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성인이 된 이후 시력을 잃는 중도 시각장애인도 늘고 있다. 특히 30~40대에 당뇨 합병증 등으로 실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이 복지관이나 맹학교를 통해 점자를 배우려 해도 시간적·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충분한 교육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험자로서 이러한 어려움은 충분히 공감된다.
그럼에도 점자는 가능한 한 익혀야 할 필수적인 수단이다. 문자 해독과 기록은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점자 정보단말기 '한소네'를 활용하면 점자를 읽고 쓰는 것은 물론, 성경 등 부피가 큰 책을 저장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국어사전과 영한사전 또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점자를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정보 접근성과 문자 활용 능력에서 분명한 차이가 발생한다.
물론 맹학교 시험이나 사회복지사 시험 등, 각종 시험에서 점자를 몰라도 낭독이나 대필을 통해 응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보조적 수단일 뿐, 스스로 읽고 쓰는 능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특히 스크린리더에 의존해 문서를 음성으로만 접할 경우, 정확한 철자나 문장 구조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한 시각장애인이 받아쓰기를 하던 중 '식목일'을 '나무를 심는 날'이라는 의미로만 이해해 '심목일'로 적은 사례도 있다. 소리로만 정보를 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전형적인 오해다. 이는 정보 전달의 정확성을 떨어뜨리고, 문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각종 점자 간행물이나 선거 시 배포되는 점자 보조 자료 역시 점자를 모르면 활용할 수 없다. 정보 접근권과 참정권 보장의 측면에서도 점자 교육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결국 점자 문제는 개인의 노력에만 맡길 사안이 아니다. 맹학교와 복지관 등 교육기관에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접근성 높은 점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시각장애인 당사자 역시 점자를 적극적으로 익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점자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자립적인 삶과 동등한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이기 때문이다.
출처: 오마이뉴스(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27958&CMPT_CD=SEARCH)